길환영 전 사장 퇴진을 계기로 공영방송의 위상을 찾겠다던 KBS가 ‘도로 청영방송’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팎의 반발에도 박근혜 대통령 주재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생중계한 데 이어 메인뉴스에서 박 대통령 보도가 부쩍 늘어나면서다. 대표적 뉴라이트 역사학자인 이인호 KBS 이사장의 프로그램 및 보도 개입 우려도 나온다.
KBS는 1차 회의에 이어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겸 민관 합동 규제개혁 점검회’를 70분간 생중계했다. 또 앞서 지난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명동 미사를 중계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화면에 내보내기 위해 동분서주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권순우 편성본부장은 미사가 시작된 지 20여 분간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지 않자 현장에 있던 PD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통령이 한 컷도 안 나오는데 왜 안 잡냐,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인호 이사장의 편향적인 역사관이 KBS 보도와 프로그램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도 우려된다. 이인호 이사장은 그동안 역사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편향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왔다. 지난 2008년 9월 동아일보에 쓴 칼럼에선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KBS 역사다큐 프로그램 ‘한국사傳’에 대해 “의도적으로 왜곡된 또는 무의식적으로 편향된 견해가 엄격한 학술적 검증의 여과 없이 공영방송이라는 막강한 매체를 타고 온 나라에 방영되는 일을 방치할 수는 없다”고 격앙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인호 이사장 임명 이후 ‘제2의 이승만, 박정희 찬양 프로그램이나 보도가 나올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한 이유다. KBS는 앞서 길환영 전 사장 시절 방송된 ‘다큐극장’이 유신 미화 논란 등에 휩싸이며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KBS의 한 PD는 “박근혜 정부, 이인호 이사장과의 ‘역사전쟁’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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