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보도 따라하는 MBC 뉴스데스크

11·12일 광화문 광장 관련 뉴스, 조선일보 보도와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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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데스크가 11일과 12일 잇달아 보도한 “세월호 유족의 광화문 광장 천막농성이 불법이고, 광화문 광장이 이념투쟁의 장으로 변질했다”는 리포트가 조선일보 보도와 판박이고, 일부 사용한 단어까지 똑같아 ‘베껴쓰기’ 논란이 일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는 11일 7번째 꼭지로 ‘세월호 유족 광화문광장 천막농성 불법…허가받지 않아’를 보도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야당, 일부 시민단체 등이 청와대와 정부청사, 미국 대사관 등이 인접해 있는 수도 서울의 심장인 광화문광장의 중심부에서 두 달째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농성장 주변에선 잦은 시위와 거친 몸싸움 등으로 경찰 출동은 다반사다. 광화문광장에서의 천막농성은 불법”이라는 내용이다.

 

▲9월 11일 MBC 뉴스데스크 캡쳐.

 

이 리포트는 이날 아침 조선일보 보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11일자 13면 ‘세월호 유족 위한 광화문광장 천막, 不法 시위단체 농성장 됐다’ 기사에서 “수도 서울의 심장으로 불리는 광화문광장이 세월호 관련 집회와 시위대에 점령된 지도 어느덧 두 달이 다 됐다”며 “서울시와 경찰에 따르면 현재 이들이 벌이는 천막농성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사전에 서울시 허가를 얻어야 하는데, 농성중인 세월호 유가족 등은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게 서울시와 경찰의 설명”이라고 밝혔다.

 

특히 불법이라고 내세운 서울시 광화문 광장 사용 및 관리 조례, 의도와 다르게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난감하다는 서울시 관계자 멘트, 최근 서울시 한 공무원이 천막 철거를 요구했다가 세월호 유족과 지지자 측으로부터 폭언 등을 당하고 이후 대기발령됐다는 내용도 조선일보 기사와 동일하다. 

 

▲9월 11일 조선일보 사회면 13면 기사 톱기사 캡쳐.

 

다음날인 12일 뉴스데스크 리포트 ‘광화문 광장 이념충돌 싸움판’ 역시 조선일보 11면 톱기사와 발을 맞췄다.

 

광장사거리 건너편에서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재야ㆍ시민 단체를 겨냥한 보수 단체 회원들의 확성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는 문구부터 추석 연휴 보수 단체 회원들의 피자ㆍ치킨 폭식투쟁과 이에 맞선 개집ㆍ개밥 퍼포먼스에 대한 내용도 일치했다.

 

▲9월 12일 MBC 뉴스데스크 캡쳐.

 

뉴스데스크 리포트는 “광장사거리 건너편. 세월호 유가족과 여기에 가담한 일부 단체 등을 겨냥한 우파 단체 회원들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졌다“며 “세월호 유가족과 지지자 등의 단식 논쟁은 피자와 개밥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지난 6일에는 자발적으로 모인 우파 시민 1백여 명이 광장에서 피자, 치킨을 먹는 퍼포먼스를 가졌고 사흘 뒤에는 이에 대해 좌파 쪽에서 개집과 개밥을 가지고 나와 조롱하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1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 확성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 달째 광화문광장을 점거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재야ㆍ시민 단체를 겨냥해 광장 사거리 건너편에서 보수 단체 회원 200여명이 기자회견을 연 것”이라며 “추석 연휴 기간 광화문 광장의 모습은 더욱 한심한 모습이었다. 연휴 첫날인 6일 보수 단체 회원 100여명이 광화문광장에서 피자ㆍ치킨을 시켜 먹는 폭식 투쟁을 했다. 지난 9일 이에 맞서 개집ㆍ개밥을 준비해 보수 단체 회원들에게 전달하는 퍼포먼스가 열렸다”고 했다.

 

▲9월 12일 조선일보 11면(사회) 톱기사 캡쳐.

 

 ‘1인 시위가 사라졌다’며 ‘엄정한 원칙’을 강조한 것도 그대로였다. 조선일보는 “광화문 광장은 정치 투쟁의 장으로 변했고 목소리 큰 좌ㆍ우 단체들의 싸움판이 되면서 지켜왔던 세 가지 미덕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품격, 다양한 1인 시위, 그리고 원칙”이라며 “전문가들이 무엇보다 안타까워하는 것은 ‘원칙’이 깨졌다는 것이다. 광화문광장을 다시 시민들에게 돌려주려면 서울시가 앞으로 엄정하게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고 밝혔다.

 

뉴스데스크 역시 앵커멘트에서 ‘1인 시위’를 언급했고, 리포트에서 “세월호법을 둘러싼 우파와 좌파의 깊은 감정싸움이 불거지면서 서울의 심장 광화문 광장은 난장판으로 변하고 있다”며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허가 없이 무단 점유된 광화문광장. 시민들에게 광화문광장을 돌려주기 위한 엄정한 원칙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MBC의 잇단 광화문 광장 관련 리포트와 달리 KBS와 SBS는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9월 3일 MBC 뉴스데스크 캡쳐.

 

앞서 지난 3일에도 뉴스데스크는 당일 아침 동아일보가 사회면(13면) 톱기사로 다룬 박원순 서울시장의 진돗개 사육비 논란을 그대로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세금으로 키우는 ‘시장님 진돗개’’기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르던 진돗개 3마리가 ‘청사 방호견’으로 정해져 연간 1000만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서울시 총무과의 한 7급 공무원은 매주 두 번 은평뉴타운에 있는 공관으로 찾아가 개를 돌보고 있다. 하지만 청사 방호견 관련 규정은 아무것도 없다”고 보도했다.

 

뉴스데스크는 이날 지상파 3사 중 홀로 이 내용을 다뤘다. 리포트에서 “박 시장이 기르는 진돗개들이 ‘청사 방호견’으로 지정되면서 사료비와 훈련비 등이 서울시 청사 운영비로 집행됐다”며 “지난해 서울시 예산 1300여만원이 투입됐고 올 들어 지난 7월까진 860여만원의 예산이 쓰였지만, 서울시 규정에 청사 방호견과 관련한 규정이나 근거는 전혀 없다”고 전했다.

 

▲9월 3일 동아일보 기사 캡쳐.

 

 

MBC 기자들은 ‘해도 너무하다’는 반응이다. MBC 한 기자는 “조선일보와 문화일보 등을 베낀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12일 기사는 기사의 논조를 떠나 구조까지 너무 똑같다”며 “타사 보도를 인용하거나 참고한다 해도 취재를 제대로 해야 하는데 논지, 구조, 사례까지 남의 것을 그대로 따라 썼다”고 말했다. 이어 “단어까지 같아 기사인지 표절인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추석 연휴 때도 세월호 유족에 대한 일언반구도 하지 않다가 유족 때문에 광화문 광장이 난장판이 되고 시민이 피해보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보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의 기본적인 반론도 미약했다는 지적이다. 11일과 12일 리포트에 세월호 유족의 반론은 한마디도 없다. MBC 다른 기자는 “타사에서 먼저 보도한 기사의 경우 받아써야 할 기사인지 아닌지 취재를 해서 가치 판단을 하는 아주 기본적인 절차가 있는데 이 사례들은 그런 절차를 지키지 않은 정황이 농후하게 드러난다”며 “양심상 표현을 다르게 하거나 취재해 보완해야 하는데 베껴쓰기한 것밖에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념이나 성향을 떠나 기본적으로 밟아야 할 최소한의 절차와 윤리를 망각한 기사”라며 “무엇을 말하려는지 모호할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반론이나 반박을 담으려는 노력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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