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야당 이사들, 이인호 이사장에 '공개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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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이사회 야당측 이사들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긴급 이사회에 앞서 이인호 신임 이사의 이사장 선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편향된 역사관과 청와대 낙점인사 논란의 주인공인 이인호 KBS 이사장을 둘러싼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여당 이사들 단독 의결로 신임 이사장에 선출된 이후에도 여전히 언론 인터뷰를 통해 조부의 친일행위를 옹호하는 등 왜곡된 역사관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야당 측 이사들이 이인호 이사장의 역사관과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보내 답변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 이사장의 답변 여부와 그 내용에 따라 17일 열릴 임시 이사회 참석 여부를 판단한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이사회가 파행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BS 이사회 김주언·이규환·조준상·최영묵 이사 등 야당 이사 4인은 12일 보도자료를 내어 이인호 이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본인의 태도와 의견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오늘 이사회에 공문 형태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이인호 이사장 선임을 위한 긴급 이사회를 이사장 추대놀음이라고 비판하며 참석을 거부했던 야당 이사들은 질의서에서 그날의 선임이 법적으로는 효력이 있을지 모르겠으나실질적으로는 7인 이사들만의 이사장으로 선임되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일제강점기와 반민주 독재정권에 대한 이념과 역사관 등은 건강한 상식을 지닌 시민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나치게 편향적이어서 공영방송 이사회의 대표로서는 자격이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라며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장의 역사관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일본 모미이 가쓰토 NHK 신임 회장의 망언과 그에 따른 방송사과에서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공개질의서는 이 이사장의 역사관과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 이사회 운영 구상 등에 대한 질문 11개항으로 이뤄졌다. 야당 이사들은 먼저 식민지 근대화론을 바탕으로 기술된 교학사 교과서 내용을 포함한 한국 근현대사와 이승만 대통령 등 과거 독재 정권에 대한 견해, 조부의 친일 행위에 대한 견해와 입장 등을 물었다.

 

이 이사장의 조부는 조선유도연합회 상임이사로 활동하면서 일제의 침략전쟁을 찬양한 행위 등으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2009년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4인 명단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 이사장은 지난 9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조부는) 유학의 세를 늘려가기 위해 일제 통치 체제하에서 타협하면서 사신 것이라며 그런 식으로 친일을 단죄하면 일제 시대 중산층은 다 친일파라고 주장했다.

 

야당 이사들은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를 비판하면 제 정신이 아닌 사람이라고 한 이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여전히 같은 견해인지, 앞으로 KBS 보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물었다. 이 이사장과 같은 뉴라이트 학자 출신 박효종 전 서울대 교수가 위원장으로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4KBS의 문창극 강연 보도에 대해 권고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KBS의 보도·제작·편성의 독립성에 관한 견해도 물었다. 이 이사장은 지난 2009KBS가 방송한 이승만 전 대통령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 의도적으로 왜곡된 또는 무의식적으로 편향된 견해가 공영방송이라는 막강한 매체를 타고 온 나라에 방영되는 일을 방치할 수는 없다는 요지의 글을 동아일보에 기고한 바 있다. 이인호 이사가 선임되자 KBS 4대 협회가 성명서를 내어 내년은 광복 70주년이다해야 할 일만 해도 태산이다이인호씨가 이사장이 될 경우 KBS는 퇴행적인 이념논쟁에 빠질 것이 너무나도 명확하다고 우려를 나타낸 이유다.

 

야당 이사들은 이 같은 공개질의가 일부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신연좌제가 아님을 강조하며 개인으로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역사관이라 가치관과는 별개로,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모든 시민을 아울러야 하는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과 개념을 물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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