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인격권 존중 민주주의 정착의 척도"

2014 사건기자 세미나…인격권 존중 보도 중요

▲한국기자협회, 국가인권위원회, 중앙자살예방센터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하는 ‘2014 사건기자 세미나’가 29일 제주 KAL호텔에서 열렸다.

한국기자협회, 국가인권위원회, 중앙자살예방센터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하는 ‘2014 사건기자 세미나’가 사건기자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9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제주 KAL호텔에서 열렸다.

 

사건기자 세미나는 기자들이 취재시 놓치기 쉬운 인권 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사건기자들을 대상으로 매년 개최되고 있다.

 

특히 이번 세미나는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언론 보도에서 나타난 인권과 인격권에 대한 실태와 인식 등을 되돌아보기 위해 마련됐다.

 

1섹션에선 최근 높아진 인권과 인격권에 대한 중요성이 다뤄졌다.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연속교육팀장은 “인격권에 대한 존중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문화적으로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척도”라며 “언론에서 말하는 ‘공익’과 보도를 위축시키는 ‘인격권’의 개념만 제대로 정립돼 있어도 재난보도를 비롯한 많은 보도영역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분쟁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과)는 “세월호 사고는 한국의 공공성 위기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며 “경제 중심적인 사고가 우선되면서 인권과 안전 문제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데, 위험관리는 정부가 독점하는 게 아니라 시민과 시민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첫번째 섹션에서는 '위험사회에서의 인권문제와 언론의 역할'에 대해 참석자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어 “보수정부가 들어서면서 인권교육이 약해졌는데, 인권 교육은 초당파적으로 이뤄져야 할 사안”이라며 “불필요한 규제는 지양해야 하지만 시민들의 안전과 인권에 밑거름이 되는 규제는 유지·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철홍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과장은 “유엔 인권이사회가 2015년부터 시행하는 제3차 세계인권 교육프로그램 행동계획에서 인권교육의 주요 대상으로 언론인과 미디어 전문가를 선택한 이유는 대중 안에서 모든 인권의 보편성과 상호불가분성, 상호의존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데 언론인들이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제1차와 제2차 인권교육 대상자는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군인·공무원 등이었다.

 

2섹션에서는 자살예방을 위한 언론의 책임과 역할 등이 강조됐다. 언론보도에 따라 ‘자살 모방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정 한국자살예방협회 대외협력위원장(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자살에 대한 반복적인 노출은 자살 사고와 행동을 억제하는 인지체계를 악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언론보도가 자살을 어떻게 묘사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언론은 자살예방의 선봉자이자 자살 고위험군의 대변인, 자살유가족의 변호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인들은 기사를 통해 자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언론에서도 자살예방 방법, 남은 가족의 고통과 자살예방 상담소 등을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언론인들은 의사들보다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건기자 세미나는 기자들이 취재시 놓치기 쉬운 인권 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사건기자들을 대상으로 매년 개최되고 있다. 왼쪽부터 안용민 중앙자살예방센터장, 박종률 기자협회장, 심상돈 국가인권위원회 정책교육국장.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2004년에 만든 자살관련 보도에 대한 권고 및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다수의 미디어가 권고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자살이 만연되고 있는 것에 대한 미디어의 부정적인 영향도 결코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살은 개인의 몫이자 책임이 아닌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자살보도 권고기준에 대한 기자의 교육을 의무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살보도에서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정치적 문제로 다루고 있는데 정부뿐 아니라 개인 등 공동체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조명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일준 자살예방행동포럼 공동대표는 “IMF 이후 자살이 늘었다는 점은 자살이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을 의미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한다”며 “자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한 기자는 “자살 보도준칙과 관련된 교육은 현장 기자들에게도 필요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보도·편집권을 가지고 있는 보도국장과 편집국장 등을 대상으로 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심상돈 국가인권위원회 정책교육국장은 인사말을 통해 "세월호 사고 등 여러 사고의 원인은 우리 사회가 경제성장 위주로 가기 때문"이라며 "생명 존중은 우리 사회의 어떤 경쟁가치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안용민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사회적인 문제나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언론인들이 자살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다룰 경우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률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취재현장에서 항상 저널리즘 구현을 위해 노력하는데 그럼에도 노력에 비해 제대로 인정을 못 받을 때도 많다”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인권 문제, 자살 예방문제 등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주=김창남.강아영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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