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을 알면 진실이 더 뚜렷이 보입니다"

[시선집중 이 사람] '우주관 오디세이' 펴낸 조송현 국제신문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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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송현 국제신문 부국장  
 
물리학자이자 소설가였던 영국의 C.P. 스노우는 1959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인문계와 이공계의 단절과 갈등을 비판하면서 통합과 융합을 역설했다. 산업화가 급진전되고 실용주의가 팽배해지면서 두 집단 간에 담이 생기고 장벽이 높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희대 물리학과와 대학원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뒤 1990년 언론계에 입문한 조송현 국제신문 부국장이 ‘우주관 오디세이’라는 책을 펴낸 이유도 마찬가지다.

“인문계와 이공계 전문가집단 간의 장벽이 매우 높다는 것을 기자생활을 하면서 절실하게 느꼈다. 인문계 지식인들은 이공계 전문가들을 문학과 철학을 전혀 모르는 무식쟁이로 냉소한다. 이공계 전문가들은 인문계 지식인들이 과학적 근거 없이 공허한 말장난에 능하다고 생각한다. 두 집단이 모이면 대화는 거의 되지 않는다.”

이 같은 단절된 ‘두 문화’ 간의 소통을 위해서는 공통의 대화거리가 필요하다. 조송현 부국장은 대화거리로서 ‘물리학의 인문학적(철학적) 해석’을 이 책에서 시도했다.

책은 뉴턴역학(고전물리학)과 현대 물리학의 양대 기둥인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비교 설명하는데 비중을 뒀다. 조 부국장은 “특히 뉴턴역학의 결정론적이고 기계적인 우주관을 극복하고 새로운 관계론적 우주관을 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이 문제를 놓고 상대성이론을 창시한 아인슈타인과 양자론의 아버지인 보어가 치열한 논쟁을 벌였기 때문에 두 이론을 비교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처럼 조 부국장은 물리학에 관심이 지대했지만, 책을 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물리학 석사를 마치고, 고심 끝에 국제신문에 입사한 뒤로는 통 물리학 서적을 들여다보질 못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물리학은 돈이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물리학 전도사’가 될 꿈을 꾸질 못했다.

그러던 가운데 2005년 황우석 사태가 터진 이후 “우리 사회가 과학에 너무 무지하구나”는 생각을 하고 집필을 결심하게 됐다. 이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저술지원으로 ‘인간이 사라지면 우주가 사라지는가’라는 제목으로 책을 집필했지만, 바쁜 일정으로 약속한 1년 내 출판기일을 지키지 못해 지원이 취소되기도 했다. 그러다 논설위원 시절 원고를 쓰고, 경제부장, 사회부장, 정치부장 등 여가를 내기 힘든 부서 3년 동안 원고를 잠재워두었다가 올 초에 마무리작업에 들어가 결실을 보기에 이르렀다.

집필을 포기할 법도 했지만, 물리학도 출신 기자로서의 인문과 과학의 융합에 대한 사명감으로 집필에 매진했다. 조 부국장은 “인문과 과학의 융합형 인간을 많이 배출하기 위해서는 고교의 이과 문과 구분을 폐지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부 문학담당 기자 당시, 문인들이 조 부국장의 기사에 대해 ‘감수성이 묻어난다’는 등의 칭찬 섞인 평을 하자 그가 답했다. “전 ‘물리학도 출신’입니다.” 순간 얼굴색과 표정이 개그의 한 장면처럼 변하는 반응을 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회상했다.

물리학은 현상의 이면에 숨은 본질, 근본 원리를 파악하는 학문이다. 본질을 우선시하는 자세가 내면화되면 깊이를 추구하게 되고 형식보다는 내용, 거짓보다는 진실, 불의보다는 정의에 더 끌리게 된다는 게 조 부국장의 생각이다.
“실체적 진실을 파헤쳐야 하는 기자들은 물리학의 추구 이념을 새길 필요가 있다.” 원성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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