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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중국단기연수 하반기] - 뉴스1 손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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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7-02-27 13:28:19
  지난달 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치러진 대통령선거 결과를 목도하고 나는 그야말로 ‘언어’를 상실했다. 거의 모든 전문가들과 미국 유력언론, 여론조사, 정치인, 심지어 도박사들의 예상을 뒤엎고 워싱턴 주류 정계와 동떨어진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백악관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고, 준비해둔 기사와 시나리오를 갈아엎고 새 판을 짜야만 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를 결정한 지난 6월 국민투표 결과는 트럼프 현상의 전초전에 불과했다. 이후 한달이 지난 현시점까지도 대다수는 트럼프의 미국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지 예측하지 못했고, 한국의 대미전략에 대한 제언도 쉽지 않았다.
  불확실성과 불안정이 한국과 유럽, 중동·북아프리카에서 아시아, 중남미에 이르는 전 세계를 휩쓰는 와중에 오롯이 평상심을 유지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중국이었다.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쿼블러-로스가 설명한 인간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부인, 분노, 협상, 우울, 수용’의 5단계는 다른 상실과 충격에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은 이 모든 단계를 뛰어넘고 곧바로 트럼프의 미국을 긍정하고 그 다음을 내다보는 양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 굳건함의 기저에 놓인 인식과 전략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단계를 뛰어넘는 중국”. 한국기자협회에서 제공한 중국 전문가과정 단기연수 기회가 내게 남긴 한가지 확실한 메시지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중국은 공직 경험이 전무한 트럼프의 대두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인식하는 전략주의적 본능을 갖고 있다는 세종연구소 이성현 박사의 강의는 트럼프 당선 이후 미중관계와 한국의 전략을 고민하는 데 중요한 인사이트를 줬다. 특히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가 취임 후 내치에 치중하면서 중국 굴기 과정에서 미국의 압박을 덜 받을 것이라는 중국 전문가들의 예상, 즉 특럼프 행정부하에 미중 경쟁관계 구도의 ‘세력전이’를 기대하는 이들의 시각은 중국이 향후 국제관계에서 어떤 입장에서 협상과 교섭을 해나갈 것인지 귀추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었다.
  다만 트럼프가 140여차례의 ‘말뒤집기’에도 불구하고 마키아벨리적으로 고수하고 있는 군비 재증강, 강한 미국, 강한 군대에 대한 신봉은 남중국해에서 충돌로 이어질 수 있고, 이 경우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가 초래되리라는 이성현 박사의 분석은 주목할 만했다. 미중 패권다툼은 곧 한반도의 불안정과 대북정책적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베이징 주중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베이징대 진징이(金京一) 교수의 강의는 중국이 한국의 정국혼란과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불확실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진 교수는 지정학적 측면에서 동북아의 불안은 한반도의 충돌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고,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남북문제라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특히 북핵문제를 북한의 생존전략과 미국의 동아시아전략 간 충돌로 서술하면서, 미국이 동아시아 긴장국면을 필요로 하며, 이것이 현재까지의 북핵위기, 나아가 한반도 사드배치 문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드배치를 한국 현 정부의 가장 큰 실패라고 소리 높여 비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사드배치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바는 없다. 그러나 이성현 박사의 판단대로라면 트럼프 당선인은 한미동맹 군사분담금 재조정을 요구하는 한편 미국의 국방력 증대를 추진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트럼프의 의지’를 시험해보려는 중국과 남중국해 또는 한반도에서 충돌을 벌일 수 있다. 진징이 교수가 중국 정부 또는 지식인의 시각을 대변한다고 볼 때, 트럼프 이후 미중관계는 한바탕 소용돌이칠 것이 자명해 보인다. 진 교수는 중국-대만 양안관계를 거론하며 남북한이 제로섬게임이 아닌 윈윈게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북한의 협상목표는 언제나 한국이 아닌 미국이었다. 탄도미사일·핵실험 등 걷잡을 수 없는 도발이 이어지는 현시점에, 중국이 이같은 관망하는 태도를 유지한다면 상황은 쉽게 바뀌지 않으리란 생각에 아득했다.
  그러는 사이 한국은 단계를 뛰어넘어 성장하는 중국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변화하는 중국 전략환경에서 해법을 찾고 살아남아야 한다고 역설했으며, 최낙섭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구조조정, 삶의 질 향상, 산업구조 고도화, 시장기능 강화’라는 변화하는 중국 경제환경에서 거시적인 경쟁우위 약화에만 주목하기보다 미시적으로 새 사업기회·가능성을 잡아 중국시장을 내수시장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물론 중국의 고속성장시대는 점차 막을 내리고 있고, 지난 고도성장으로 불균형과 취약성이 누적된 상태에서 사회적 불안정과 일자리 창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하지만 ‘처쿠(車庫)카페’로 대표되는 청년 혁신은 중국이 이 문제를 해소해나갈 원동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끔 했다. 그야말로 빠르게 변화하는 주변 정치·경제환경에서 중국을 올바로 이해하고, 한국의 입장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단기연수에 앞서 나는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증대됐고, 동북아 파트너로서도 북핵과 사드배치 갈등으로 대표되는 한반도 문제 대응에 있어서도 중국이 가진 중요성은 괄목할 만하다. 현상은 주어져 있다. 필요한 것은 앎과 대비”라고 적었다. 그러나 9일간 진행된 연수 결과 나는 주어진 ‘현상’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쓰디쓴 깨달음에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위챗페이, 알리페이로 대표되는 핀테크가 생활화된 중국은 앞으로도 단계를 뛰어넘으며 동북아 정치/경제 패러다임을 뒤흔들 것이다. 나는 “중국의 과거에 대한 앎을 바탕으로 중국의 현재를 직시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중국이 가진 단 한가지 면모라도 확실히 체화하기로 수정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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