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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속성, 중국을 곱씹다 - 서울경제신문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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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7-02-27 11:41:41

[2016중국단기연수 하반기]


[신선한 자극을 얻다]

입사 후 머리에 새 지식을 쌓기보다 토해내는 데 익숙했다. 촘촘하지 못한 기사, ‘이렇게는 정말 안 되겠다’는 생각이 수 없이 머리에 맴돌지만, 눈을 뜨면 또 다시 당일 발생하는 사건을 쫓고 보도하기 바쁜 나날이 이어졌다. 그렇게 5년, 새 자극에 한껏 목말라 있을 때쯤 한국기자협회 ‘중국 전문가 과정 단기연수’ 기회를 접했다. 

큰 욕심은 없었다. 그저 굳어버린 머리에 자극을 주고 동기부여만 된다면. 제법 중국이라는 나라에 관심도 컸고 어쭙잖게 그 나라 언어도 구사할 수 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연수를 시작했다. 

느긋한 마음은 첫 강의부터 이내 긴장감으로 변했다. 이희옥(성균관대 교수) 성균중국연소장이 설명한 ‘중국의 국가 전략’은 고성장 시대 이점을 등에 업고 성장한 중국이 이제 그 한계를 인정, 개종(改宗)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대변혁을 위해 담금질하는 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이 강의한 ‘중국언론이 보는 트럼프 당선과 한반도에 주는 시사점’,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교수가 알려준 ‘중국 공산당과 정치 엘리트’ 등 3일째 이어진 국내 교육에서는 중국을 움직이는 힘의 구도가 어떻게 재편되고 움직이는지, 미·중 관계에서 한국의 전략은 어떠해야 하는지 가늠하는 토대가 됐다. 

중국 베이징 현지에서도 김경일 베이징대 교수의 ‘북중관계와 한반도’, 신운 한국은행 중국사무소장이 말하는 ‘최근 중국경제 상황과 주요 이슈’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 동안 촘촘하지 못하게 중국의 정치·경제·문화에 대해 보도했던 기사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중국의 겉만 보고 해석했던 오만이 부끄러워졌다. 이제 겨우 양파껍질 하나 벗겼을 뿐이다. 양파(중국)의 속살을 보기까지 아직 멀었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닫게 된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다. 


[붉은 대륙, 청년·창업이 화두] 

붉은 대륙 중국도 청년·창업은 화두였다. 

현지 연수 이튿날 찾은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기관지인 중국청년보에서도 현재 다채로운 변화를 이뤄가며 새 뉴스 소비 흐름에 대응하고 있었다. 청년보는 한 때 최고 400만부를 발행하던 종이신문이었지만 현재는 지면을 100만부만 찍고 대신 애플리케이션 개발이나 위챗 등 모바일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주 독자층인 20∼30대 청년의 구미에 맞는 기사(콘텐츠) 양산을 위해 편집국 내 30대 기자들이 주축이 된 ‘30대 편집위원회’도 별도로 꾸려 맞춤형 기사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베이징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중관촌’ 창업거리의 ‘처쿠(車庫) 카페’에서는 중국의 뜨거운 창업열기를 간접 체험했다. 처쿠는 사무실이 없는 청년들이 노트북만 들고 와 창업 준비를 하고 상주하는 엔젤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유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중국 벤처 양성소 역할을 하고 있다. 

커피 한 잔을 시키고 사무공간을 임대해주는 이 공간에선 실제 100개 팀 이상이 투자를 받기도 했다. 

규모의 경제가 한계에 다다른 저성장시대에 벤처·창업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중국, 이들의 모습은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열하일기, 그 여정을 더듬다]

연수 중간에 틈틈이 맛본 휴식은 달콤했다. 그 중 조선시대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이 지은 책 ‘열하일기(熱河日記)’의 배경이 된 허베이성 청더의 ‘피서산장’ 방문은 연암의 여정과 자취를 조금이나마 따라가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연암은 청나라 6대 황제 건륭제의 만수절(칠순)을 축하하기 위해 조선왕실사절단의 한 사람으로 길을 떠났다. 그가 압록강을 건너고 베이징을 거쳐 청더로 가는 2개월 동안의 여정을 유려한 문체의 여행기로 담아낸 게 ‘열하일기’다. 

이날 필자가 느린 걸음으로 더듬어 본 피서산장도 연암이 책에서 그려놓은 그것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양한 건축물과 주변 자연 풍경의 조화, 무엇보다 중국 봉건사회 마지막 전성기를 가까이에서 느껴본 시간이었다. 

영하의 날씨에도 유일하게 살얼음조차 얼지 않는 ‘뜨거운 강’ 열하, 조용히 그 주변을 걸으며 매콤한 겨울 경관을 맛봤던 그 오묘한 느낌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마침 청더 방송국이 연암의 ‘열하일기’를 토대로 한 프로그램 제작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현지 방송관계자로부터 직접 들었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열하’인 만큼 한국 언론과의 교류도 조심스레 희망해 봤다. 


[다시 시작, 중국을 품다] 

국내 교육 3일, 중국 베이징·청더 일대에서 이뤄진 6일간의 국외 교육은  짧은 시간 꽤 많은 중국의 핵심을 훑을 수 있었던 훌륭한 개론서였다. 

중국의 전부를 알았다는 말은 아니다. 중국을 바로 보기 위해 꼭 던져야 할 질문,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대목이 어떤 것인지 그 맥을 어느 정도 짚었다는 데서 이번 연수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대륙 중국에 대해 일찍이 새 눈을 뜰 수 있게 된 데 감사함을 느낀다. 이제 정말 시작이다. 9일의 연수기간동안 취재 수첩, 강의자료 뒷면에 끄적인 메모들을 이제부터 좀 더 잘근잘근 쪼개 소화해 보려 한다. 유의미한 기사를 토해내는 데 출발점이 될 만한 얘기들이 제법 있다. 

이것에 살을 붙이고 중국에 대해 제대로 된 보도를 이어가는 것은 이제 전적으로 필자의 몫이다. 이제 정말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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