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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짓누르는 거인과 마주하다 - 이데일리 이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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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7-02-27 11:31:06
[2016중국단기연수 상반기] - 이데일리 이재호

덩샤오핑은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일지도 모른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전가의 보도'를 후손들에게 남겼으니 말이다. 

돈벌이가 되는 일은 '시장경제'라는 간판을 앞세워 거리낌 없이 행한다. 그 과정에서 인권을 다소 유린하고 환경을 조금 오염시키고 규칙을 살짝 어기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조금 과하다 싶어 서방 세계에서 핀잔이라도 줄라 치면 '사회주의'라는 우산이 등장한다. '우리는 너희와 다르니 같은 잣대로 평가하지 마'라는 방어 기제를 뚫기란 녹록치 않다.

지난 20여 년 간 한국도 중국의 이 같은 몰염치에 편승해 적잖은 이득을 봤다.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에 각종 원·부자재를 쉼 없이 실어 나르며 돈을 벌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부터 선반을 돌려 나사를 깎던 골목 기업들까지 대부분이 그랬다.

중국의 수완이 어찌나 좋은지 최근에는 지갑이 터질 지경이 됐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렸으니 좀 쉬어 갈까'라고 중얼거리며 경제 성장률을 스스로 낮추고 있을 정도다.

한국은 중국의 커닝 기술을 얕봤다. 중국에서 돈 버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동안 국가 경제를 지탱해 왔던 주력 산업의 기술력이 모두 따라 잡혔다. 전자·화학·조선 등 수출 산업의 경우 중국보다 낫다고 자부할 만한 기술이 몇 안 남은 게 사실이다. 여기에 중국이 '셀프 휴가'를 선언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불황이 엄습한 탓에 수익성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미국과 신경전을 벌일 만큼 강국으로 도약했지만 한국 경제는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경제신문 기자의 사명감 때문이라도 중국의 실체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찾아 온 한국기자협회의 중국 단기연수 과정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피상적으로나마 중국을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지난달 13~18일 베이징에 머무는 동안 머릿속으로 그렸던 중국과 눈으로 직접 본 중국이 얼마나 닮았는지 확인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어떤 부분은 같았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간극이 느껴지기도 했다.

중국인들은 조국을 닮아 언행에 거침이 없다. 때로는 무례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사회주의 체제의 특색이기도 하고 고도성장에 따른 자부심의 발로이기도 하다. 연수 기간 중 만난 외교부 대변인도, 글로벌 기업 샤오미의 홍보 담당자도 대화가 진행되는 내내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중국 IT 산업의 허브인 중관촌에서는 미래 비전을, 짝퉁 천국인 시우쉐이시장에서는 남의 등을 쳐서라도 돈을 벌겠다는 장사꾼 기질을, 베이징 최대 번화가인 왕푸징을 가득 메운 젊은이들로부터는 열정과 패기를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연수 과정을 통해 중국 내 한국의 위상 변화를 깨달을 수 있었다. 1990년대의 경우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이 동경의 대상이었다면 2000년대 치열한 경쟁을 거쳐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통제 가능한 존재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차이나 메리트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차이나 리스크의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자신하기 어렵다. 

엄혹한 현실을 마주한 뒤 언론인으로서의 무게감이 가중된 듯하다. 내셔널리즘에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한국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전하고 나름의 의견을 개진하는 일을 대과(大過) 없이 수행해 나갈 수 있을까. 연수 마지막 일정으로 들른 청나라 황제의 여름 휴양지 청더에서 동료들과 맥주잔을 기울이며 파안대소를 할 때조차 마음 한편이 무거웠던 이유이리라. 

연수기를 마치며 정규성 회장님, 그리고 이원희 부국장을 비롯한 한국기자협회 관계자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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