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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정부는 몸을 낮추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08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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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09-02-25 13:37:17
[6월 항쟁 21주년 한국기자협회 논평]
정부는 몸을 낮추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항의하는 촛불의 물결이 연일 서울 도심을 뒤덮고 있다.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국민적 저항은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을 곤두박질치게 만든 것은 물론 정권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국민은 지난 정권에 대한 염증과 경제 살리기에 대한 기대 때문에 이명박 정부를 압도적인 표차로 선택했다. 이어 원활한 국정 수행을 위해 여당에 국회 의석의 과반수를 몰아주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한순간에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반정부 시위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국민의 외침은 잘못된 협상이 국민 건강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새 정부 출범 전부터 국민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려 한 정권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비판이 자리잡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영어몰입교육 방침 등으로 국민을 의아하게 만들더니 이른바 ‘고소영 내각’과 ‘강부자 인사’로 대표되는 코드 인사와 도덕성 논란으로 분노를 자아내기에 이르렀고 한반도 대운하 추진과 교육정책 흔들기 등을 거쳐 마침내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어린 학생과 주부까지 거리로 나오게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괴담’ ‘배후’ 운운하며 엉뚱한 데서 원인을 찾는가 하면 홍보 부족을 언급하며 핑계를 돌리려 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같은 잘못된 진단과 처방은 급기야 언론을 장악해 국면을 타개해보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자아내고 있다.

정책과 협상의 잘잘못을 떠나 대통령도 스스로 인정했듯 현 정부 위기의 본질은 국민과의 소통 부족이다.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려면 몸을 낮추고 귀를 기울여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진정한 대화가 이뤄진다.

정부는 조만간 청와대 수석과 각료 인사를 비롯한 국정 쇄신안을 발표한다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반성이 전제되지 않는 한 일부 인사의 교체나 몇 가지 정책의 제시만으로 촛불의 물결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이 거리로 몰려나오기까지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지도 못하고 정부를 제대로 감시하지도 못한 언론도 반성해야 한다. 언론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러나 그 거울이 찌그러져 있거나 먼지가 잔뜩 끼어 있다면 세상을 제대로 비출 수 없다.

정부를 옹호하기에 급급하다가 촛불의 물결을 보고 깜짝 놀라 뒤늦게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나서며 상황을 무마해 보려는 일부 매체의 태도는 언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

6월 항쟁 21주년을 맞는 오늘, 당시 활화산처럼 터져나왔던 ‘독재 타도, 민주 쟁취’의 함성을 다시 떠올려보자. 그때 그 목소리는 오늘날 민주화와 언론 자유의 밑거름이 됐다. 21년 후 다시 터져나온 함성은 민주화의 진정한 의미를 망각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지 말라는 서슬 퍼런 꾸짖음이며, 언론 자유의 소중한 가치를 남용해 국민의 뜻을 오도하지 말라는 준엄한 경고이다.

한국기자협회는 민주 열사 앞에 옷깃을 여미며 엄숙하고도 겸허한 마음으로 정권에 대해 충고한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 싸워 이기려 하지 말라. 역대 정권이 국민의 목소리를 누르려 하다가 비운을 맞는 것을 보지 못했는가. 그리고 국민이 언론에 부여한 사명을 가슴 깊이 새기면서 다시는 언론이 국민에게 외면당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2008년 6월 10일
한국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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