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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갈이와 숙청의 MBC, 암담할 뿐이다(201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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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한국기자협회
  • 작성일 : 2014-11-04 14:00:18

이쯤 되면 숙청이다. 공포시대, 자신의 반대파를 제거하는 수단이던 숙청의 망령이 MBC에 휘몰아치고 있다. MBC는 10월31일 110여명 규모의 인사발령을 내면서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키는 데 헌신한 기자와 PD를 비제작부서로 내쫓고, 기자 6명을 포함해 12명을 ‘실적이 미흡한 저성과자’로 낙인찍어 교육 보냈다.

 

영화 ‘제보자’의 실제 모델인 한학수 PD는 2011년 경인지사, 2012년 교육발령에 이어 이번에 신사업개발센터 등으로 이리저리 쫓겨 다니는 신세가 됐다. 30년 가까이 후배들과 동고동락하던 임대근 기자는 ‘인간관계·팀워크의 혁신’ 등의 강의를 듣고 있다.

 

안팎에서 신망 받던 기자와 PD들을 쫓아내면서 ‘최적의 인력 재배치’라는 낯 뜨거운 이유를 들고 있는 MBC의 모습은 꼴사납다. 일 잘하는 기자와 PD들을 비제작부서로 내치고, 농군학교에 보내 농장실습을 시키면서 프로그램 경쟁력 운운하는 MBC의 행태에 절망을 느낀다.

 

올해 2월 안광한 사장 체제가 들어섰을 때 일말의 기대가 없지는 않았다. 이명박 정부 때 MBC를 정부·여당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끌고 가며 170일 파업을 촉발시킨 전임 김재철 사장과는 다를 줄 알았다. 하지만 더하면 더했지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다. 보도국 기자들의 절반 이상을 외부 인력으로 물갈이하고 ‘PD수첩’ ‘불만제로’ 등 MBC의 대표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교양제작국을 해체하더니 그것도 모자라 이번에 비상식적인 인사발령으로 기자와 PD들을 내쫓는 폭거를 자행한 것이 대표 사례다.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MBC의 DNA를 권력에 대한 굴종과 타협의 DNA로 송두리째 바꾸려는 안광한 체제의 역주행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한국기자협회는 이번 인사발령의 이면에 올 들어 수백억 규모의 누적적자에 시달리는 안광한 체제의 위기감이 작용됐다고 판단한다. 경영 실패에서 비롯된 누적적자를 ‘수익성’과 ‘경쟁력’을 내세워 구성원들에게 떠넘기고 자신들의 자리를 보전하겠다는 술책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무덤을 팠다. 비정상의 굿판이자 MBC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위험천만한 불장난으로 안광한 체제의 몰락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2014년 11월4일 한국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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