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 바보가 된 고구려 귀족>은 역사학자와 소설가가 함께 만든 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온달은 전래동화 속에서 혹은 국문학의 테두리 안에서 존재가치를 상실한 채 역사와 소설의 경계선상에서 어슬렁거리던 캐릭터다.
이 책을 만든 푸른역사 편집부는 이전에 고구려의 소서노를 소재로 역사소설을 쓴 적이 있는 이기담씨와 고구려사 전문 연구자로서 온달에 대한 글을 쓴 임기환씨를 팀으로 묶었다. 이에 따라 설화와 역사적 사실의 만남, 다시 말해 소설가와 역사학자의 만남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소설가에게 온달의 실존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온달이 존재했든 그렇지 않든 온달은 고려, 조선시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바보의 상징이다. 역사학자는 애초부터 온달이 바보라는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다. 그가 아는 온달은 원래 바보가 아니었으니까. 역사학자는 온달의 실존 여부에서부터 실존했다면 어떤 신분이었으며 평강공주와의 사랑이 가능했는 지 그리고 전사한 곳은 어디인지가 문제인 것이다.
이 책에는 이처럼 소설가와 역사학자의 미묘한 갈등과 만남이 곳곳에서 이뤄진다. 역사학자가 온달 이야기를 덮고 있는 설화를 벗겨낼 때 소설가는 그 설화를 하나둘씩 갈무리해나갔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푸른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