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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따라 변한다…기자들의 어제와 오늘

스트레스 해소법

김창남 기자  2004.08.18 16: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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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년대 선·후배 술잔 기울이며 시대 아픔 나눠

90년대 이후 인라인·마라톤 등 개인 여가 활동 관심





기자들의 ‘공공의 적’, 스트레스.

잦은 야근, 낙종에 대한 압박감 등 스트레스는 항상 기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이 때문에 기자들에겐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탈출구’가 필요하지만 직업특성상 ‘자투리’ 시간조차 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한국언론재단(이사장 박기정)이 발간한 월간<신문과 방송>(5월호)이 지난 4월 언론인 3백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언론인들의 건강과 여가생활’조사결과에 따르면 44.2%가 여가활용을 위해 ‘시간제공’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시대별로 기자 사회에서 자주 애용돼왔던 스트레스 해소법에 대해 알아본다.





60,70년대

현대사 격동기 중심에 서있던 60·70년대 기자들에게 있어 가장 큰 고뇌는 무엇일까? 기자가 된다는 것을 ‘우국지사’가 되는 것으로 여겼던 그 시절. 기자들에게 있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력의 억압은 박봉이나 격무로 인한 스트레스에 비교할 수 없는 큰 고통이었다.

당시 기자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안은 술 마시기였다. 60·70년대 기자들에게 신문로 주변 선술집은 일종의 ‘해방구’. 값싼 소주와 막걸리를 단지 외상으로 먹을 수 있다는 이유로 삼삼오오 찾던 정부중앙청사 근처 ‘대머리집’과 빈대떡으로 유명했던 청진동 ‘열차집’. 그 곳에서 선·후배 기자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동시대의 아픔을 나누곤 했다. 오죽하면 취미도 ‘음주’요, 특기도 ‘음주’라는 농담이 회자됐을까.

음주와 함께 기자실이나 당직실에서 두던 바둑 장기 카드 등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또 다른 방법의 하나였다.

김두식 전 한겨레 사장은 “군사독재정권이 들어선 당시 시대상황과 맞물려 대부분 기자들은 ‘우국지사’의 정신을 가지고 언론에 투신했다”며 “경제적·시간적 여건뿐 아니라 시대적 상황 때문에 스트레스 역시 안고 갈 하나의 숙명처럼 받아들인 시기였다”고 말했다.





80년대

80년 신군부의 언론통폐합은 기자사회에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안겨줬다.

과거에 비해 기자들의 월급수준은 향상됐지만 언론탄압 등 암울한 시대상은 지속됐던 시절.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하듯 80년대도 과거 60·70년대와 마찬가지로 ‘지사형’ 기자들이 많았던 만큼 사회개혁에 대해 선·후배간 많은 대화를 나눴던 시기다.

이 시절에도 뜻을 같이 하는 선·후배 동료들이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면서 마음에 쌓였던 응어리를 푸는 전통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이 많이 애용됐다.

다만 달라진 것은 생활수준이 다소 높아져 소주나 막걸리를 즐겼던 이전과 달리 맥주가 기자사회에 새로운 주도주로 등장했다. 또한 양주와 맥주,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가 기자사회에 유입, 새로운 기자사회 문화로 정착됐다.

하지만 이 시기도 이전 시대와 비슷하게 바둑 장기 카드 고스톱 등 외에 뚜렷한 놀이문화가 형성되지 못했다.

세계일보 김기홍 정치부장은 “87∼88년을 전후해 사회개혁이 시작됐던 시기인 만큼 변화에 민감했던 시절이었다”며 “생활 수준이 다소 나아졌지만 여전히 여가를 즐기기 보다는 시대의 아픔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90년대 이후

90년대 이후 기자사회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기자들의 ‘샐러리맨화’가 바로 그것. 이에 따라 기자사회도 생활수준 향상은 물론, 개인주의가 확산되면서 개인의 취향에 따른 다양한 스트레스 해소법과 놀이문화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90년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터넷 세상은 한국 기자사회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이와 함께 2000년 이후부터 불기 시작한 ‘웰빙바람’ 역시 기자사회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는 기자사회에서 운동과 여가 등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실제로 최근 기자사회에선 인라인, 마라톤, 피트니스클럽 등 ‘건강 돌보기’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각자의 경제력에 따른 다양한 여가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매일경제 한 중견기자는 “점심시간이나 초판 이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사내에 있는 피트니스클럽과 사우나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며 “웰빙시대를 맞아 많은 기자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한 인터넷 등장 이후 바둑 장기 고스톱 카드 등 보드게임은 개인주의 세태와 맞물려 기자사회에서 일정부분 퇴장하고 온라인 게임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특히 인터넷에 관심이 많은 신세대 기자들은 스트레스 해소도 자기개발과 연관시키는 등 예전과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2002년 세계일보에 입사한 오한울 기자는 “글을 쓰면서 생긴 스트레스를 글로써 푼다”며 “블로그를 통해 지면과 다소 차이가 있는 자신만의 기사를 다시 써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밝혔다.

시대변천에 따라 시대정신도 바뀌고, 기자들의 고민도 달라진 만큼 쌓이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