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은 형식과 내용 면에서 파격의 연속이었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남쪽 땅을 밟은 순간부터 새로운 역사는 시작되었다. 세계는 그 역사적인 현장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두 정상의 일거수일투족을 좇았다.
과거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은 북측에서 열린 탓에 취재와 기사 송고 등 상당 부분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남쪽 땅에서 열린 이번 정상회담은 모든 경계를 허물었다. 방송은 회담 당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속보 체제를 가동하며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했고, SNS 등을 통한 라이브 중계와 콘텐츠 공유도 활발하게 이뤄지며 디지털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시청률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순간은 만찬 이후 진행된 환송행사로 10개 채널 합산 시청률이 40%에 육박했다. 이날 오전 9시29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처음 손을 맞잡던 순간에도 10명 중 3명 이상이 TV를 통해 생중계를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TV 밖’ 시청자도 많았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악수를 나누고 환영식이 진행되는 동안 유튜브를 통한 실시간 시청자 수는 20만명을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JTBC가 10만명 이상으로 가장 많았고, 지상파 방송 3사는 1만명 안팎을 기록했다. JTBC는 이날 TV 생중계 시청률에서도 KBS1TV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선전했다.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선 ‘JTBC 온에어’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권석천 JTBC 보도국장은 “적은 인력으로 최선의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뉴스속보와 사진, 영상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뉴스라이브’ 페이지를 열어 실시간으로 관련 소식을 타전했다. 지난달 27일 오전 8시부터 저녁 9시50분까지 운영된 페이지에 등록된 기사만 325건에 달했다.

SBS의 뉴미디어 브랜드 비디오머그는 ‘SNS 맞춤형’ 중계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에 참여한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을 해설로 내세워 회담장 안팎의 풍경을 전하며 댓글창을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소통했다. 비디오머그는 이날 두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 순간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의 내외신 기자들의 반응을 짧은 동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 올렸는데, 유튜브에서만 220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중앙일보는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꾸려진 한반도TF 차원에서 공들인 디지털 기획물 2편을 선보였다. 분단의 상징에서 평화의 상징이 된 판문점의 65년 역사를 3D 그래픽으로 제작한 ‘그곳, 판문점’과 분단 70년 역사를 기록한 ‘하나의 뿌리 두 개의 한국’이 그것. 군사안보연구소와 협업으로 제작한 ‘그곳, 판문점’은 중앙일보 홈페이지에서만 정상적으로 구현되는 3D 콘텐츠 형식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10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인포그래픽으로 제작된 ‘두개의 한국’은 포털에서도 유통되어 독자 반응이 더 컸다.
중앙일보 디지털콘텐츠랩의 정원엽 기자는 “2개 시리즈를 합쳐 100만 뷰 이상이 나왔고, 외부에서 유입되지 않은 순 방문자만 20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며 “독립적으로 만든 콘텐츠 치고는 잘 나온 편”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그곳, 판문점’을 영어 버전으로도 제작 중인데, 두 정상 간 ‘단독회담’의 무대가 된 도보다리 등과 정상회담 주요 내용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한편 한겨레는 정상회담이 열린 다음날인 28일자 토요판에서 사상 최초로 통단을 넘어 지면 2개 면을 합친 파격 편집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는 순간을 1면과 마지막 면을 통으로 연결해 전면으로 싣고 한겨레 로고와 ‘“더 이상의 전쟁은 없다” 판문점 선언’이라는 제목만 달았다. 사진 크기만 가로 80cm, 세로 50cm에 달했다. 이날 한겨레 편집은 인터넷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고, SNS에선 ‘인증사진’이 잇따랐다. 한겨레는 이날 지면 PDF를 무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주간지인 한겨레21도 5월7일자 1210호를 앞뒷면 ‘통편집’으로 제작했다. 문 대통령이 ‘어서오라!’라고 말하는 듯 손을 내밀고 있는 표지 사진과 맨 뒷면에서 ‘평화여’라는 글자와 함께 다가서는 김 위원장의 사진을 하나로 연결했다. 한겨레21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조국 민정수석이 한겨레21을 들고 있는 사진을 1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한겨레21을 만들어 행복한 순간”이라고 전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