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동에 새 바람이 불어올까. 2000여명의 MBC 구성원이 파업에 돌입한지 두 달 만에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개편되며 MBC 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MBC의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문진의 보궐이사 2명을 임명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구여권 이사 2명의 사퇴로 공석이 된 방문진 이사직에 임명된 보궐이사는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와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이다.
김경환 교수는 선임 직후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불신임 결의안을 포함해) 절차를 빠르게 파악해서 조속히 MBC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진순 위원도 “방송 파행 상황이 50일이 넘었다. 빨리 수습이 되고 정상화되는 게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아니겠나. 정치적 유불리를 가지고 따질 문제가 아니라, 공영방송 주인은 국민인 만큼, 국민의 의견에 따라 조속히 해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방통위가 보궐이사 2명을 임명함에 따라 방문진 이사진은 여당 5명, 야당 4명 구도로 재편됐다. 여당 다수로 재편된 방문진은 오는 2일 정기이사회를 열어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불신임안을 처리한 뒤 김장겸 MBC 사장 해임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고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안은 이미 지난달 31일 제출됐고, 김 사장 해임안은 1일 사무처에 제출된다. 김 사장은 해임안이 처리되기 전에 이사회에 출석, 소명의 기회를 부여받을 것으로 보인다.
방문진의 한 여권 이사는 “구 여권 이사(김광동 권혁철 이인철)들이 임시이사회를 못 열게 하기 위해 7일부터 11일까지 방콕에서 열리는 국제방송세미나를 강행한다고 들었다. 김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만큼, 그 전에 처리될 수 있도록 이사회에서 향후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과거 이명박 정권 당시 국정원의 언론장악 의혹과 관련해 수사 중인 검찰도 최근 김재철 전 사장과 김우룡 전 이사장 등 MBC 경영진에 대한 압수수색과 소환을 이어가며 MBC 정상화에 힘을 더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에 모습을 드러낸 김재철 전 사장은 ‘국정원 직원이나 담당관을 만난 적이 있나’ ‘국정원 문건을 보고 부당한 인사 등을 한 것이 아니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국정원 관계자를 만난 적도 없고, 서류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답했다. 김 전 사장은 특히 부당한 인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3년1개월간 사장으로 재직했는데 부당한 인사를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1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백종문 부사장은 ‘국정원 관계자를 만났느냐’는 등의 질문에 “검찰에서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말하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백 부사장은 김 전 사장이 재임하던 지난 2010∼2013년에 MBC 편성국장·편성제작본부장 등을 지냈고, 김 전 사장의 퇴임 후에는 미래전략본부장을 맡으며 MBC의 실세라는 평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백 부사장이 박성제 기자와 최승호 PD를 ‘증거 없이 해고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검찰은 백 부사장과 함께 이날 오전 출석한 이우용 전 라디오본부장을 상대로 각종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특정 출연자·제작진을 교체하는 과정에 국정원 관계자나 김 전 사장 등의 요구·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MBC 안팎에서는 김장겸 사장에 대한 소환 여부도 주목하고 있다. 김 사장의 경우 당시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으로서 보도국을 총괄한 수장이었던 만큼, 국정원 관계자와의 접촉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이제 검찰 수사는 MB정권 당시 김재철과 같은 ‘적폐의 뿌리’에 육박해가고 있다. 그 뿌리를 파헤치다보면 뻗어 나온 가지며 줄기가 보일 것이고, 그 정점에 김장겸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검찰이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적폐의 정점이자, 수사의 종착지”라고 촉구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