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법으로 통칭되는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지 9일로 1년이 된다. 미디어렙법 통과는 광고업계가 꼽은 지난해 최대 이슈였다.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독점 체제의 종식과 무한 경쟁 체제로의 진입은 지상파 방송광고 시장의 신기원을 예고했다. 그러나 시행령과 고시 제정, 민영 미디어렙 허가 등 후속조치 과정에서 시장의 혼란과 사업자간 갈등이 발생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법 제정 1년을 맞아 당초 입법 취지에 맞게 법을 재정비하고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11년부터 연내 처리 여부를 두고 여야는 물론 시민사회까지 극한의 대립을 벌인 끝에 미디어렙법은 결국 해를 넘겨 지난해 2월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3개월 뒤인 5월23일 미디어법 발효와 동시에 코바코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로 새롭게 출범하고 8월 SBS의 자사 렙인 미디어크리에이트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공식 허가를 받으면서 공영 미디어렙과 민영 미디어렙의 경쟁 체제가 만들어지게 됐다.
졸지에 경쟁에 내몰린 코바코는 험난한 한 해를 보냈다. SBS가 민영 렙으로 빠진데다가 MBC가 파업 후유증으로 연간 1000억원 이상 광고 매출이 감소하면서 코바코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었다. MBC가 자사의 공영 렙 지정과 관련해 제기한 헌법소원 결과에 따라 코바코는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민영 렙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SBS 미디어크리에이트는 지난해 1월 영업을 시작한 직후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월 광고 매출이 100억원 이상 감소하는 등 극심한 영업부진을 겪었으나 하반기부터 정상화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SBS의 광고 판매율이 지난해 대비 4.7% 증가한 60.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디어렙법과 관련해 후속 조치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연계판매 부분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9월 ‘방송광고 결합판매 지원고시’를 제정해 공영 렙인 코바코가 KBS, MBC와 함께 지역MBC, EBS, 종교방송사와 라디오 방송사를, SBS 미디어크리에이트가 지역민방과 OBS의 광고를 연계판매토록 했다.
그러나 중소방송을 지원하기 위한 미디어렙법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중소방송사에 대한 광고 판매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라디오방송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KBS의 광고 매출 성장률은 전년 대비 5.4%를 기록하며 연계판매 대상인 EBS, 극동방송, 경인FM도 평균 3.6% 성장을 보였다. 반면 MBC의 광고 매출이 16.4% 감소하면서 연계판매 대상인 CBS, 평화방송, YTN라디오의 매출도 평균 8.6%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약 20%를 차지하는 비결합판매로 인해 지상파 방송사(KBS, MBC)의 매출 실적에 따라 중소방송사들의 매출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협의회는 “입법 취지에 맞게 광고판매대행사의 지상파광고판매 총액에 연동하는 광고판매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독소조항’ 논란을 빚었던 △종편의 미디어렙 위탁 유예 △민영 미디어렙 지분 최대 40% 허용 등도 여전히 살아있는 불씨다. 종편은 사업자 승인일로부터 3년이 되는 내년 초부터 민영 렙에 광고 판매를 위탁해야 한다. 그러나 민영 렙 최대 지분 소유가 40%까지 가능해 사실상 자사 렙을 통한 광고 직접 영업이 가능해진다. 당초 민주당은 ‘총선 후 법 개정’을 공언했으나, 여대야소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주도한 미디어법을 개정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미디어렙법은 이미 여야의 관심사를 떠난 지 오래다. 장지호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법 개정이 아니더라도 공영 렙과 민영 렙의 동등 규제나 중소방송에 대한 지원 점검 방법 등 입법 과정에서 빠져 있던 내용을 방통위 시행령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