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 야당 추천 이사들이 김재철 MBC 사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상모, 한상혁, 고진 등 3인의 이사들은 김재철 사장이 MBC 파행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할 것을 요구하며 사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해임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22일 방문진 이사회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영방송 MBC를 살리기 위한 MBC 전 구성원들의 노력에 전적으로 지지와 성원을 보내며 오늘의 파국을 초래한 김재철 사장의 즉각적인 퇴진을 적극 권고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지난 2년간 MBC는 김 사장의 즉흥적이고 무원칙한 경영행태로 몸살을 앓았다. 프로그램 경쟁력의 원동력이었던 제작 자율성은 현저히 훼손되었고 무원칙한 징계와 정도를 뛰어넘은 일부 보직자들에 대한 시혜 등으로 구성원들 상하간의 갈등은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할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이유도 명분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김 사장의 즉각적인 자진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한상혁 이사는 “김재철 사장이 MBC 사장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는 판단에 따라 우선 자진 사퇴를 권고하기로 했다”면서 “사퇴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조속한 시일 내에 정식으로 방문진에 해임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모 이사도 “80년대 보도지침 이후 최악의 편파방송이 자행되는데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자성하기는커녕 노조 파업과 관련해 처벌 위주의 방침만 밝히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편파방송을 하겠다는 의지이며, 공정방송을 수행할 공영방송사 사장으로서의 자격을 이미 상실한 것”이라면서 “김재철 사장이 MBC 출신으로 MBC에 대한 애정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다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김재철 사장이 노조 파업 이후 출근을 기피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상혁 이사는 “구성원들의 제작거부와 파업 상황에서도 무책임하게 출근조차 하지 않는 것은 직무를 현저히 유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사장이 파업 기간 동안 서울 시내 특급 호텔에서 투숙 중이라는 노조 측 주장과 관련해서도 “김 사장 본인의 설명을 직접 듣지 못해 뭐라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만일 회사 돈으로 호텔 숙박비 등을 지불한 것이 확인된다면 횡령이든 배임이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철 사장의 잇단 방문진 이사회 출석 거부에 대한 유감 표명도 이어졌다. 김재철 사장은 지난 1일에 이어 22일에도 노조의 물리력 행사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이사회에 불참했다. 특히 22일에는 이사회가 시작되고 1시간 가까이 노조가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물리적 충돌을 이유로 방문진의 출석 요구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MBC 업무보고와 현안보고 등 MBC 관련 안건이 전혀 처리되지 못해 이사회가 거듭 파행을 빚었다.
이에 대해 정상모 이사는 “불참 이유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물리력 행사 운운하며 불참의 책임을 노조에 전가하는 행위는 상당히 비겁한 처사”라며 “물리력 행사가 예상되더라도 책임자라면 당당히 나와 극복하고 문제 해결 의미를 보여야 마땅하다”고 일갈했다.
한상혁 이사는 “출석 요구를 두 차례나 거부하고 자료 제출 요구도 두 달 넘도록 거부하는 것은 방문진의 관리 감독 권한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명백한 해임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이사회 불참과 관련해선 여당 추천 이사들도 일제히 유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광동 이사는 “방문진이 관리 감독 기관인데 파업 4주째에도 중요한 현안들에 대해 사장이 직접 보고하고 의견을 함께 나누지 못하는 측면에서 유감”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더불어 노조의 책임도 함께 물었다. 그는 “사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의견을 들을 기회를 봉쇄하는 노조의 집단 행위도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야당 추천 이사들의 자진 사퇴 촉구에도 여당 추천 이사들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날 이사회에선 방문진 차원에서 김재철 사장에게 사퇴를 권고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광동 이사는 “임면권을 가진 기관이 해임도 아니고 사퇴 촉구를 결의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며 “제도적으로나 법적으로도 맞지 않아 채택되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김 이사는 다만 “해임 건의안이 제출된다면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MBC노조가 파업의 이유로 내세운 ‘공정방송 훼손’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파업 사태 해결을 위해선 “양자간 성실한 협상”을 주문했다. 그는 “그보다 우선 사장 퇴진은 노조가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사장에 대한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맞지 않을뿐더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노조가 먼저 파업을 중단하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