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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천년바위처럼 지켜봐 주세요"

故 박종권 YTN 대전지국 차장 추도사

YTN 이문석 기자  2010.09.27 15: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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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박종권 선배께.

선배! 박 선배! 제가 지금 쓰고 있는 게 조사랍니다. 제가 지금 선배를 추억하는 글을 쓰고 있어요. 믿을 수가 없어요. 아니 믿겨지지가 않아요. 금방이라도 저 뒤에서 “문석아, 나 여기 있지롱!” 하면서 손에 V자를 그리고 나타날 것 같아요. 너무 힘이 듭니다. 선배를 이렇게 보내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고 가슴이 아픕니다.

제가 대전지국에 온 첫 날 기억나세요? 작고 까만 얼굴에 큰 웃음을 짓고 그러셨어요. “난 박종권이야. 앞으로 잘해보자.” 그리고나서 벌써 6년이 지났습니다. 6년. 같이 취재가면 “취재기자가 마이크 가방 들고 다니면 모양새 안나온다”고 틈만 나면 가방을 당신이 빼앗아 들었고. 한밤 중에, 새벽에 사건·사고가 생기면 아무리 고단해도 싫은 내색 한 번 안내고. 이가 아파서 얼굴을 잔뜩 찌푸리면서도 취재가 지연될까봐 약국에도 안 들리시는, 선배는 그런 분이셨어요. 제 일보다 회사 일을,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시는, 그런 분이셨어요.

알고 계시죠? 제가 얼마나 선배를 의지하고 존경했는지. 저한테 선배는 아버지같은, 형같은, 친구같은 분이셨어요. 선배처럼 마음이 따뜻하고 부자인 사람은 없었습니다. 선배와 형수님이 해주셨던 김치. 몸 잘 챙겨야 한다며 건네셨던 배즙. 무엇보다도 힘들 때마다 저에게 해주셨던 진심어린 위로. 선배! 지금이 선배의 그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때에요. 환하게 웃으면서 제 등 좀 토닥거려주세요.

선배는 지금도 가족과 우리 지국 사람들 걱정을 하고 계실 거예요. 술 먹으면서 형수님 말씀을 하실 때마다 선배 눈가는 항상 젖어있었어요. 아들, 딸 얘기 하실 때는 뭐가 그리 미안하신지 얼굴에 애틋함이 묻어났어요. 그렇지만 선배! 제가 알고 있는 한 선배는 최고의 남편이었고, 최고의 아빠셨어요. 형수님도 아실 거고 지윤이, 초롱이도 다 알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 너무 큰 걱정 하지 마세요. 미안해하지 마세요. 오히려 저희가 죄송해요. 선배의 고민을 들어주지 못해서, 좀 더 얘기하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해서. 선배와 좀 더 술 한 잔 자주하지 못해서, 선배와 좀 더 담배 자주 피지 못해서, 선배와 좀 더 이런저런 얘기 자주하지 못해서. 그리고 형수님하고 같이 저녁 한 번 먹자고 한 약속도 지키지 못해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선배! 선배랑 같이 노래방 가면 꼭 부르셨던 노래 있죠? 천년바위.

“서산 저 넘어 해가 기울면 접으리라 날개를
내가 숨 쉬고 내가 있는 곳 기쁨으로 밝히리라.
생은 무엇인가요. 삶은 무엇인가요.
부질없는 욕심으로 살아야만 하나.
이제는 아무 것도 그리워 말자. 생각을 하지 말자.
세월이 오가는 길목에 서서 천년바위 되리라.”

이제 이 노래 누구랑 부르죠? 한 손으로 마이크 잡고 눈은 지그시 감고 이 노래를 가슴으로 부르던 모습.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거겠죠? 그립습니다. 벌써 그립습니다. 하지만 선배는 자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아픈 거 싫어하실 테니까 너무 많이 울지는 않을게요. 대신 선배! 선배가 부르시던 노래가사처럼 항상 지켜봐주세요. 가족들이 꿋꿋하게 견디는 모습을. 지윤이랑 초롱이가 어엿한 어른이 돼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살면서 형수님께 효도하는 모습을. 그리고 시간이 되시면 선배가 아끼고 보듬었던 후배가 훌륭한 기자로 성장하는 모습도 지켜봐주세요.

매 순간 기억하겠습니다. 선배의 그 따뜻한 마음과 환하게 웃는 얼굴을.
선배와 함께해서 다행스럽고 행복했던 시간들을.

이 세상에서 선배를 가장 존경하는 후배, 문석이가.

YTN 대전지국 이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