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전선으로 돌아왔습니다"

파면·해임 조치 받은 양승동 PD·김현석·성재호 기자

장우성 기자  2009.01.21 15:07:43

기사프린트


   
 
  ▲ 19일 KBS 본관 앞에서 열린 미디어행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양승동 PD, 김현석 기자, 성재호 기자.(사진 앞줄 왼쪽부터)  
 
파면·해임이라는 초유의 중징계를 당한 양승동 PD, 김현석 기자, 성재호 기자의 표정은 오히려 담담했다. 그들에게는 일상에서 근무할 때 못지않은 분주한 하루가 기다리고 있었다. 19일 각종 집회와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들의 각오를 밝혔다. 발을 옮길 때마다 주변 동료의 격려 인사를 받기도 바빴다.

김현석 기자는 통보를 받은 뒤의 심정을 “허탈했다”고 표현했다. 그러다가 “이병순 사장이 도대체 왜 파면까지 시켰을까”라고 고민했다고 한다. 사원행동이 노조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을까. 무슨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일까. 김 기자는 “저들이 노리는 것의 반대로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것은 ‘전선’에 복귀하는 것이다.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KBS가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는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사실 거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한 대를 맞으니 참 황당하기도 합니다. 어찌됐든 전선에 다시 불려나왔습니다. 앞으로 부끄럽지 않게 싸우겠습니다.”

항상 침착한 모습의 양승동 PD는 별달리 동요를 하지 않는 듯했다. 17일 한국PD연합회 등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가던 택시 속에서 파면 통보를 받은 그는 “잠시 동안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그러나 곧 평정을 되찾았다. “사원행동의 노조 집행부 참여 논의가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파면 카드가 나왔습니다. 그들이 뭘 원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제 파면 문제는 핵심이 아니라고 봅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20여 년간 KBS가 쌓아온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지키는 것이 지금의 가장 큰 방향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양 PD는 앞으로 재심이 진행되더라도 소신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언론인으로서 양심과 상식에 따라 행동한 것”이라는 뜻을 더 강력히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탐사보도팀 소속으로 KBS의 각종 단독보도를 터뜨렸던 성재호 기자는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가장 바쁘다는 법조팀으로 발령을 받았다. 법조반장까지 맡았다. 매일매일 뉴스를 처리하던 일상에 눈코 뜰 새 없던 사이 해임이라는 날벼락을 맞았다.

“사실 지난 8월 이후 KBS가 잘 못 싸운 게 사실이죠. 하지만 동료들을 믿습니다. KBS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말아주세요.”

19일부터 세 사람은 신관 로비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외롭지 않았다. 지나가던 동료들은 악수를 청하며 삼삼오오 그들을 에워쌌다. “잘 될 겁니다.” “힘내세요.” KBS의 한 기자는 “오랜만에 KBS의 동료애가 발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