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순 사장은 왜 파면·해임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들고 나왔을까. 대상자 본인들은 물론 KBS 내 대부분의 사원들은 이런 초강수는 예상 밖이었다는 반응이다. 이 때문에 KBS 안팎에서는 그 진의에 대해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원행동 노조 참여에 경고 메시지” 사원행동의 노조 참여에 대해 사측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우선 제기되고있다. 사원행동의 12대 노조 집행부 참여 논의는 어렵사리 막바지 단계에 이른 상황이었다.
공정방송위원회와 ‘방송악법 저지’ 특위 위원장 자리에 사원행동 쪽 사원이 참여한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대가 이뤄지고 구체적인 인물을 놓고 저울질을 하던 중이었다. 특히 파면된 양승동 PD는 특위 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었다.
노조에 ‘반 이병순’ 정서가 강한 사원행동이 가세할 경우 경영진으로서는 구조조정 등 여러 가지 정책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때문에 파면이라는 초강수로 노·노 분열 혹은 전력의 약화를 노렸다는 관측이다.
“KBS 동력 사전차단” 또 하나는 ‘힘빼기’설이다. 사원행동의 핵심 축인 양승동 PD, 김현석 기자를 불안정한 신분으로 만들어 앞으로 미디어관련법 정국에서 KBS의 동력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징계 사태는 어찌됐든 장기화될 수밖에 없어 결국 이에 반대하는 추진력이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KBS 내부가 징계 철회 문제에만 몰입할 경우 2월 국회가 열리면 미묘한 분열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또한 징계 문제 대처를 놓고 노조와 사원행동·직능단체들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될 경우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렇게 2월 공영방송법 등 미디어관련법 정국이 전개되기 전에 미리 전력을 소진시키려한다는 해석이다.
임기가 11월에 끝나는 이병순 사장이 연임을 노린다면 정부·여당의 입장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KBS 국정감사 때도 한나라당 문방위원들은 KBS 사태와 관련, 사원행동 측에 책임을 물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어떻게든 이번 사태에 정부·여당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전제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구체적 근거가 드러난 바가 없어 ‘추측’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KBS 내에서는 이병순 사장 개인이 결단해 이런 초 강경책을 썼으리라고 보는 사람은 드문 형편이다. 민주당도 “KBS 사태는 한나라당의 선전포고”라며 무게를 두고 있다.
해임 파면은 공금 횡령·뇌물 수수 회사 측의 입장은 다르다. KBS 측은 이번 징계에 대해 “사원행동에 대한 보복 징계가 아니며 최종적으로 징계 처분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문제로 비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박이 나온다.
1990년 KBS 노조가 한 달 넘게 총파업을 벌여 노조 간부 등 14명이 구속됐을 때도 강제 휴직 처분을 받았다. 1999년 노조가 방송법 반대로 보름간 총파업을 벌였을 때도 위원장 등에게 내려진 처분은 ‘직권 면직’ 수준이었다. 2007년 모 기자 해임, 2005년 모 PD 파면, 2000년 모 기자 해임 등의 전례가 있으나 이는 공금 횡령이나 뇌물 수수 때문이었다.
한편 KBS 사태의 앞으로 전개는 노조의 행보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S 기자협회와 PD협회는 최후의 무기인 제작거부 결의를 이뤄냈으나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 실시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동력을 갖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직능단체 차원에서의 전면 제작거부는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해 개인에게 돌아갈 피해가 크다. 또한 파괴력에서 노조의 파업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 결국 노조가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따라 앞으로 향방이 달려 있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