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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정국 속에서 TV 시사토론 프로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MBC 100분 토론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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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촛불 정국 속에서 TV 시사토론 프로그램들의 주가가 뛰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MBC 100분토론. 5월 개편 뒤 심야시간대로 이동했는데도 평균 5~6%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전 밤 11시 대에 방송되던 때 평균 4~5%보다도 높은 수치다. 과거 심야 시간대에 방송될 때는 평균 3%대 이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5일 ‘이명박 정부 1백일, 정책은? 민심은?’ 편은 심야 시간대로 옮긴 뒤 가장 높은 7.7%(AG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의 시청률(서울지역)을 기록했다.
KBS 심야토론도 최근 시청률이 2~3%가량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시청자들의 참여도 뜨겁다. 100분 토론은 최근 들어 한 회당 홈페이지에 평균 1만 건 이상의 게시물이 올라온다. 지난 ‘이명박 정부 1백일’ 편이 방송된 뒤에는 4만 건을 넘었다. 이전 수천 건과 비교되는 수치다. 100분 토론 관계자는 “시청자 전화 참여 신청이 프로그램 끝날 때까지 끊이지 않아 10명의 교환원을 총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 심야토론 홈페이지의 페이지뷰도 평소보다 2~3배 늘어났다.
시사토론프로들은 화젯거리도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 정부와 미국의 추가협상을 앞뒀던 12일 방송된 100분 토론 ‘재협상과 촛불정국의 향방은?’은 특별히 방송시간을 11시5분으로 앞당겼다. 다음날 오전 출국 예정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출연해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19일에는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과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사이의 설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주 의원은 촛불집회 이후 인터넷 등에서 ‘고대녀’로 유명해진 고려대 김지윤씨가 대학생이 아니라는 ‘오보’를 주장,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날 방송은 토론이 치열해지면서 방송 시간이 3시간으로 연장됐다. 언론의 공정성 문제를 다룬 22일 KBS 심야토론에서는 조선일보 출신인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과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이 ‘창과 방패’로 만나 눈길을 끌었다.
제작진의 고민도 생기고 있다. 각 방송사 토론프로그램들이 비슷한 주제들을 다루면서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패널 겹치기’ 현상을 피하기 위해 섭외에 신경을 써야 한다. 촛불 정국에 다른 중요한 토론거리가 묻히는 것도 고민거리다. 최근 여론 분열현상이 심해지면서 양측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것도 부담이다. KBS 심야토론의 관계자는 “균형과 불편부당을 유지하려 하다 보니 찬반 양쪽으로부터 불만 의견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최근 정국을 통해 시사토론프로의 중요성이 새삼 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회에 중대한 불안 요인이 있을 때 시사토론 프로의 시청률이 올라간다는 것은 방송계의 정설이다. 그러나 최근 매체 환경 변화 때문에 빚어진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다양한 미디어와 채널이 등장하면서 오락 콘텐츠는 급증했으나 오히려 공익적 프로그램은 희소가치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TV토론을 비롯한 시사프로그램의 강화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게 아니라 공영방송의 장기적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순천향대 심미선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지난해부터 일부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이 오락프로에 버금가는 현상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상업채널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공영방송의 고유 영역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