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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취재보도부문]경인일보 김창훈 기자

송유관, 그들만의 몫인가?

경인일보 김창훈 기자  2007.01.31 17: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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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인일보 김창훈 기자  
 
수도권에 속한 유일한 항구도시인 인천이기에 인천 연안에는 국내 모든 대형정유사의 저유소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저유소들은 매립지 위에 둥지를 틀었고, 부두 돌핀과 저유소를 연결하는 땅 속에 묻힌 송유관들을 갖고 있다.

저유소가 많아서일까. 인천에선 어디어디에 폐송유관이 묻혀있다는 둥 폐송유관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인천에 오래 산 사람들로부터 송유관에 대한 얘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지난해 말 폐쇄된 남구 용현동의 SK인천물류센터는 일제 강점기엔 일본기업의 창고였고, 해방 뒤 미군이 들어오고 나서는 미군의 저유소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천에서 송유관의 역사는 최소한 반세기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미군 저유소 시절 인근에 살던 사람들은 일을 안하고도 남부럽지 않게 먹고살았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그들은 부두에서 저유소까지 연결된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서 기름을 빼냈다고 한다. 당시 송유관들은 지금처럼 땅 속에 묻히지 않았고, 지상에 노출돼 있었다. 그랬던 송유관들이 인천연안이 급속도로 매립되며 어느 순간 땅속으로 숨어들었다. 무성한 소문만을 남긴 채.

지난 2005년 초 경인일보에선 송유관에 대한 소문을 좇아 달려든 적이 있었다. 당시 본인이 기초자료를 수집하는 임무를 맡았었다. 그 때 시청과 관할 구청 등에서 자료를 찾으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저유소측에 자료를 요구하는 건 씨알도 안 먹힐 것이 뻔했고, 땅을 직접 파보는 것도 무리였다. 비용도 문제고, 정확한 위치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문만 믿고 굴착허가를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접어야 했다.

포기한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갔다. 그러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가 왔다. 마침 연안부두에서 하수도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순조롭게 진행됐던 공사가 폐송유관 때문에 중단됐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해당 저유소에서 폐송유관을 철거하기 위해 현장에 나온 날 단독취재에 성공했다. 그렇게 소문으로만 떠돌았던 인천의 폐송유관을 수십년 만에 지상으로 끌어낼 수 있었다.

수상 여부를 떠나 약 1년 반을 기다린 끝에 인천 연안에 묻혀있는 폐송유관에 대한 기사를 쓸 수 있었다는 게 기쁘다. 반면 뒷맛이 개운하지만은 않다. 또 다른 폐송유관이 더 묻혀있을 여지가 있지만 보다 깊이 파헤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러가지로 부족함이 많은 기사에 이달의 기자상을 안겨 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