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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광수 기자(울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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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사태를 정확하게 관찰해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현대자동차 사태처럼 양쪽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엔 이런 태도를 지키기란 쉽지 않다. 그동안 대부분 언론은 회사 편을, 소수 언론은 노조 편을 들어온 게 사실이다. 사안별로 문제점을 따지기보다 이처럼 한쪽 편들기가 주류를 이뤄온 게 사실이다. 그 사이 시시비비는 슬그머니 사라진 채 편가르기만 남는다. 노사간 갈등에 대한 해법을 찾기보다 부추기는 결과만 낳아온 것이다.
이번 사태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한쪽 편을 드는 것이 취재하기나 보도하는데 더 쉬울 지도 모른다. 그리고 돌아오는 말은 이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아무개 기자. 기사 잘 썼어. 우리 경제 다 죽어가는데 노조 너무 하는 거 아냐”거나 “역시 우리 편은 아무개 기자 밖에 없어. 수구골통들 아직도 반성 안하고”.
하지만 그래서는 안되겠다 싶은 게 이번 사태를 보도하는 필자의 생각이었다. 갈등을 부축이지 말자, 다른 언론 보도에 신경쓰지 말자, 노사간 20년 묵은 나쁜 관행을 이번엔 털어내도록 해보자, 이번 만큼은 상생의 길을 찾아주자 등등.
솔직히 쉽지 않았다. 한겨레신문에 창간 이후 처음으로 “시무식 폭력 노조 사과하라”는 제목이 나가고 노동부 울산지청이 중재에 나선다는 기사 등이 나가면서 회사 안팎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동안 노사문제가 생기면 대부분 노조 입장을 중심으로 보도해 왔던 한겨레에서 이런 입장을 갖는다는게 쉽지 않다는 걸 실감하기도 했다.
결국 노조는 파업을 결의하고, 회사는 강경입장으로 맞섰다. 피가 마르는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노사는 부분파업 첫날 밤부터 대화자리를 탐색했다. 공멸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틀 뒤 두번째 파업 직전 협상이 시작되고 오후 타협을 이뤄냈다. 그 순간 심장이 터지는 것 같았다. 시무식 폭력사태 발생부터 보름 남짓, 역대 현대차 노사갈등 기간중 최단시일에 타협을 이뤄낸 것이다. 상생지향적인 보도가 갈등유발보도를 극복하는 순간이었다.
사태 타결 1주일, 겉으로 변한 것은 별로 없다. 하지만 20년 묵은 관행을 이제는 털어낼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선 무척 큰 변화다. 이제 노조는 노조대로, 회사는 회사대로 새로운 관행을 고민해야 할 때다. 강경 대 강경 대신 ‘상대방 되어보기’를 한번 해보자고 권하고 싶다.
이제 우리 언론이 답할 때다. 더는 갈등, 파국, 회사 또 굴복 등 이런 표현들은 장롱 속에 가둬두고 상생, 해법, 대화, 타협 등 이런 단어를 좀 자주 활용하자. 특히 첨예한 노사갈등문제에선. 이번 사태를 보도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기자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용기없인 못해 먹을 직업 바로 기자다.’ 그렇다. 객관적이고 균형감을 갖고 보도하는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솔직히 처음 느낀 시간이었다. 그래서 기자가 보람있는 직업이라는 생각도 갖게 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