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인천일보 정상화 '한발짝'

'경영진 총사퇴' 일단락…새 대표이사 선임 관건

인천=김창남 기자  2006.12.06 18:06:06

기사프린트


   
 
  ▲ 사퇴했던 인천일보 경영진이 지난달 22일 오후 경비용역 직원 20여명과 함께 2층 편집국으로 난입하려 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인천일보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사진=인천일보)  
 
인천일보 ‘경영진 총사퇴’라는 초유의 사태가 35일 만에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여진은 여전히 남아있다.
윤승만 회장, 장사인 사장과 사원대책위원회(공동대표 송경수, 박영진)는 지난달 22일 1대주주인 윤 회장이 주주로서의 권리만 행사하고 장 사장이 물러나는 대신 윤 회장과 관련된 일체의 기사를 게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에 대해 직원들은 기사가 협상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신문 정상발행’이란 명분 때문에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회사 정상화까지는 아직 ‘산 넘어 산’이다.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선임이 늦어지면서 자금운용 문제를 비롯해 두 달째 밀린 임금 문제, 지역신문발전기금 집행 중단 등 회사 운영전반에 있어 차질을 빚고 있다.


사태 진행 및 원인
이번 사태의 본질은 외부에서 영입된 자본의 성격에 따라 지역언론이 사유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소유와 경영, 편집권 문제를 놓고 경영진과 내부 구성원 간 갈등을 겪으면서 급기야 경영진이 총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인천일보는 그동안 ‘개혁언론’을 표방하면서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기금 지원사로 선정되는 등 개혁 기치에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지난 2003년 8월부터 신화수, 황호수, 박세호(권한대행), 장사인 등 4명의 사장이 노조와의 마찰로 중도 하차했다.

이번 문제도 지난 3월 장사인 사장 취임과 함께 첫 편집국장 직선제로 뽑힌 정모 편집국장이 자신의 지인과 관련된 기사를 몇 차례 누락하면서 기자들과 갈등을 겪었던 게 발단이 됐다.
이러한 갈등은 지난 10월 11일 ‘인천일보 발전을 위한 노사협의’문건이 노조에 의해 공개되면서 확대됐다.

당초 경영진은 협의 전까지 비공개 전제로 노조측에 문건을 전달했지만 노조는 이 문건이 기자들에게 △광고·판매 △비정규화 △감원 등을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경영진은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며 지난 10월 18일 장사인 사장을 비롯해 최영민 이사 등 임원진이 사의를 표명한데 이어 다음날 정치·경제·사회부 부장이 사표를 쓰고 회사를 떠났다.
시민편집위원회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양측 간의 갈등이 커지면서 지난 10월 24일 이사회에서 폐업 논의가 오가는 등 위기가 고조됐다.
이로 인해 내부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한 ‘인천일보 정상화를 위한 사원대책위원회’가 구성된데 이어 40여개 인천지역 사회시민단체로 이뤄진 ‘인천일보정상화를 위한 시민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언론계 안팎으로 힘이 모아졌다.
인천일보는 지난달 8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폐업절차에 대한 논의 대신 정회를 선언하며 한 차례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사퇴했던 경영진과 간부들이 지난달 22일 경비용역 20여명을 앞세워 회사에 진입해 신문제작을 방해하고 인사위원회에 절차 없이 기자 4명을 비롯해 7명의 직원들을 일방적으로 해고하면서 사태는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치달았다.
결국 시민공대위의 중재 아래 경영진과 사원대책위 간 5시간이 넘는 마라톤협상 결과 이번 합의안이 나왔다.


향후 과제 및 전망
지난달 22일 경영진과 사원대책위 간 합의서가 작성됐다.
이 합의서는 △윤승만 회장은 주주로서 권리만 행사하고 △장사인 대표이사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는 대신 인천일보는 △본 합의 이후 윤승만 회장 관련된 기사를 일체 금지하며 △이번 일과 관련 상호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윤승만 회장 관련 기사를 일체 금지’라는 조항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편집국 기자를 중심으로 기사는 결코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발했을 뿐 아니라 합의안을 중재한 시민공대위조차 이번 합의에 대해 ‘치욕적인 날’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불만에 휩싸였다.
그렇지만 윤 회장과 관련된 기사 때문에 전체 기사가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이번 합의가 불가피했다는 게 시민공대위의 주장이다.

시민공대위는 지난달 29일 성명에서 “시민의 신문이자 사회적 공공성을 담보해야 할 언론사에서 기사를 빌미로 반절의 합의를 이뤄냈다는 점이 아쉽기 그지없다”고 평가하며 “시급히 사태해결을 위해 이사들이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이후 신문제작에 필요한 재원확보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인천일보는 지난달 15일 회사통장의 가압류를 풀기 위해 직원 20명이 연대보증을 서기도 하는 등 자금압박을 겪고 있다.

이는 조속한 대표이사 선임이 필요한 대목이다. 현재 사원대책위 공동대표가 있지만 공식적인 대표가 아니기 때문에 회사 경영 및 회계에 대한 법적 책임 소지가 불분명한 셈이다.
이 때문에 대표이사 선임 시기와 인물 등이 회사 정상화에 있어 또 한차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는 지역 언론에 유입된 자본 성격에 따라 지역 언론이 언제라도 사유화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 때문에 향후 ‘공공저널리즘’을 지향하는 지역 언론이 자립 경영을 펼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지역주민들이 지역 언론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시민공대위와 사원대책위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이같은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우선 시민공대위와 사원대책위는 지난 2001~2004년 연월차 수당 등 각종 수당과 밀린 상여금 3백%를 주식으로 요청, 우리사주로 전환될 경우 전체주식 중 약 6%(5억1천만원)를 보유하게 된다. 여기에다 시민공모주로 약 4%(3억7천원)를 공모한다면 우리사주 지분을 더해 총 10%의 주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임시 주총소집권 △회계장부 열람권 △이사선임 청구권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 이번과 같은 사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장공모제 및 사외이사제 도입 등을 통해 외부로부터 건전한 감시도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