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 CB 유죄판결’보도 분석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유죄판결’은 향후 삼성그룹 후계구도에 큰 영향을 끼칠만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큰 뉴스요, 관심사였다.
보수, 진보매체 모두 5일 법원의 ‘삼성에버랜드 판결’을 1면 톱으로 보도하고 2~3개면에 걸쳐 해설박스를 다뤘다.
사설에서는 논점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삼성에버랜드의 문제를 짚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1면 2단과 4면 박스로만 보도하고 사설은 아예 쓰지 않아, 삼성문제 보도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했다.
이번 보도에서 가장 특징적인 점은 삼성과 사돈관계인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시각차이다. 두신문은 보수신문으로서 평상시 비슷한 논조를 보였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조선은 검찰에 힘을 싣고, 동아는 삼성을 조금이라도 옹호하려는 듯한 제목을 뽑아 분명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실제로 조선일보는 검찰의 삼성수사에 무게를 싣는 쪽으로 제목을 다뤘다.
조선은 아예 1면에 ‘檢, 이건희 회장 父子 수사착수’, 3면 톱은 ‘힘 얻은 검찰 … 삼성 본격 수사 强 드라이브’를 각각 제목으로 뽑았다. 제목만 보면 진보신문보다 더 강력하고 진일보한 제목을 달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반면 동아일보는 1면 톱으로 ‘CB무효화 안해 경영권 영향없어’, 4면 톱에서는 ‘지배구조엔 弱風…시민단체 外風은 계속될 듯’이라는 제목을 각각 달았다. 전체적인 흐름상 “경영권에는 차질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동아와 조선의 보도차이는 사설에서도 나타났다. 동아는 ‘에버랜드 1심 판결과 삼성의 길’이라는 사설을 통해 삼성에 대한 질타와 감싸기를 동시에 하고 있다. 동아는 “삼성은 소송과 별도로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겸허한 출발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하면서도 “그러나 이번 판결이 反기업정서와 재벌 때리기를 증폭시키는 재료가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선은 ‘에버랜드 판결과 삼성이 가는 길’이라는 사설에서 “국민의 상식적인 법 판단을 무시하고 형식적 법 논리만을 따져 편법을 찾으려 했던 시도가 결과적으로(중략) 회사 이미지에 상처를 입혔으며 시장경제의 정당성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꼬집었다.
‘진보매체’인 경향신문과 한겨레도 이날 삼성 이건희 회장의 수사와 이재용씨의 경영 세습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기사를 다뤘다.
특히 한겨레는 평상시 사설보다 긴 글을 통해 삼성뿐 아니라 재벌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한겨레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결단을 기다린다’라는 사설에서 “이 회장의 자녀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인수는 삼성그룹 경영권 대물림 과정의 결정판”이라며 “(중략)법적처리 여부를 떠나 삼성은 마땅히 도덕적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